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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인간』 리뷰: 공간은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고, 바꾸고, 기억하게 만드는가

by iceviola 2025. 4. 17.

공간 인간

 

『공간 인간』은 건축가이자 공간 디자이너인 유현준 작가가 “공간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책이다.
우리는 공간 속에서 살고, 공간 속에서 감정을 느끼며, 공간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
이 책은 단순한 건축 이론서나 인문서가 아니라, 공간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를 통찰하는 일상형 인문 건축 에세이다.

학교, 교회, 스타벅스, 도서관, 병원, 심지어 집 화장실까지 — 저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느끼며, 생각이 형성되는지를 관찰한다.
읽다 보면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마저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1. 공간이 인간의 행동을 만든다

유현준 작가는 말한다. “공간이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공간을 만든다.
즉, 우리가 사는 방식은 우리가 거주하는 공간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 복도의 폭은 학생들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
좁은 복도에서는 부딪힘을 피하기 위해 시선을 피하고, 넓은 복도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단순한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환경적 구조’다.

 

✔ 학교의 책상 배치는 권위를 만든다
✔ 아파트 복도식 구조는 이웃과의 거리를 만든다
✔ 화장실 구조조차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준다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의 일상적 선택과 감정을 조정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 핵심 교훈: 우리가 공간을 사용하는 동시에, 공간이 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2. 도시 속 공간은 곧 인간관계의 은유다

책의 많은 부분은 도시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도시는 점점 빠르게, 밀도 높게 구성되고 있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서로 멀어지고, 고립되고, 익명화되고 있다.

 

✔ 오피스텔, 아파트, 원룸은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삶을 만들고

✔ 대형 쇼핑몰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추구하게 만든다
✔ 공원, 광장, 골목길 같은 소통의 공간이 사라질수록 관계는 얕아지고 단절된다

 

도시는 단순히 건물의 집합이 아니다.
도시 구조는 인간관계를 설계하고, 공동체 문화를 해체하거나 만들어낸다.
유현준 작가는 도시를 읽는 것이 곧 인간을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 핵심 교훈: 도시 공간이 닫히면, 인간 관계도 닫힌다.


3. 공간은 기억과 감정의 저장장치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머물렀던 공간들’이 떠오른다.
어릴 적 다락방, 동네 문방구, 오래된 골목, 하굣길 버스정류장…
이 모든 공간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감정과 기억의 일부로 남아 있다.

유현준 작가는 건축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며, 공간은 ‘시간과 기억’을 담아두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공간이 아름답거나 편리한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기억하는가이다.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학생, 지하철역의 벤치에서 데이트를 시작한 커플, 도서관의 틈새 좌석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사람들…
그 공간은 모두 누군가의 ‘마음의 집’이 된다.

 

👉 핵심 교훈: 공간은 단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낸 감정의 저장소다.


4. 책을 읽으며 느낀 점과 한계

『공간 인간』은 건축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유쾌하지만, 동시에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익숙한 공간들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며, ‘왜 나는 저 카페에 끌릴까?’, ‘왜 저 아파트 구조는 불편할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건축을 사회학, 심리학, 인간학의 관점에서 풀어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전문 건축 이론서나 도시계획을 기대한 독자라면 가벼운 구성과 대중적인 문체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인문적 감각을 키우고 싶은 일반 독자에게는 아주 탁월한 입문서다.


결론: 이 책은 누구에게 추천할까

  • 일상 속 공간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은 사람
  • 건축, 도시, 인간관계에 관심 있는 독자
  • 집, 회사, 도시에서의 ‘불편함’의 원인을 알고 싶은 사람
  • 공간이 주는 감정과 기억에 민감한 이들

『공간 인간』은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한 공간들에 대해 조금 더 느리게, 그리고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공간이 바뀌면 삶도 바뀐다.
그 공간 속에 있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 최종 평점: ★★★★★
공간을 보는 눈이 달라지면, 사람을 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건축을 통해 인간을 들여다본 인문적 통찰의 결정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