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 책 리뷰: 감정을 이해하는 법부터 다시 시작하다

by iceviola 2025. 4. 21.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

 

삶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들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힌트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특히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이 언제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면, 나는 자주 좌절하곤 했다.
이케가야 유지의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그런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었다.
자기계발서처럼 “이렇게 살아라”가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책을 읽으며 느낀 건, 바뀌어야 할 건 나의 의지가 아니라 ‘나를 보는 방식’이었다.


뇌과학으로 감정을 다시 바라보다

이 책은 뇌과학을 통해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불안, 우울, 분노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사실은 뇌의 생존 전략이라는 설명은 꽤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불안은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비하라는 신호이고, 우울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방어 반응이라는 것이다.
감정은 언제나 나를 방해하는 요소라고만 생각해왔던 나로선, 이 설명이 꽤 큰 전환이었다.
예전 같으면 불안을 느끼는 나 자신을 탓했겠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내 뇌가 지금 이런 반응을 하고 있는 거구나’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할 수 있게 됐달까.

 

이해라는 건 완전히 납득하는 걸 뜻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무게는 훨씬 덜해진다. 🌿


뇌의 습관이 곧 나의 반응 패턴이 된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나다움’이라는 개념을 뇌과학적으로 풀어낸 장이다.
우리는 흔히 “너답게 살아라”, “나는 나다울 때 가장 행복해” 같은 말을 쉽게 하곤 한다.
하지만 실은 그 ‘나다움’이라는 것도 내 뇌가 반복적으로 학습한 반응의 결과라는 설명이 나온다.

 

즉, 내가 특정 상황에서 늘 불안하거나, 쉽게 예민해지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뇌가 오랫동안 익혀온 반응 습관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그래서 바뀌고 싶다면, 의지를 불태우기보단 그 반응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나다움’이란 고정된 본성이 아니라, 계속해서 쌓여가는 방향성이라는 점도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그 방향은 내가 스스로 알아차리고, 조금씩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위안이 됐다.


감정을 다루는 기술보다 감정을 이해하는 감각

요즘 감정 조절에 대한 조언은 넘쳐난다.
‘감정 낭비하지 말자’, ‘감정 기복 줄이기’, ‘EQ 높이기’ 같은 키워드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하지만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그런 조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감정을 통제하려 하기보단, 감정이 왜 생기는지를 먼저 이해하자는 접근이 마음에 들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이 왜 왔는지를 알아채는 일이라는 말.
사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감정 그 자체보다,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지?’라는 당황스러움과 자책감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그게 조금 줄었다.
슬플 땐 뇌가 나를 보호하려는 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 화가 날 땐 내 기준이 침해당했다고 느끼는 뇌의 반응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해가 모든 걸 해결하진 않지만, 최소한 나 자신을 덜 미워하게 만드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공부라는 말보다 질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책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뇌를 공부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나에 대해 질문해보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나는 왜 반복해서 이런 상황에 반응할까?”, “왜 특정 사람 앞에선 긴장하게 될까?”, “어떤 패턴은 왜 쉽게 바뀌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걸 고민할 수 있는 기준점과 배경지식을 마련해주는 데에는 충분하다.
무언가를 바꾸는 건 늘 어렵지만, 내가 나를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그 첫 계기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었다.📘


최종 평점: ★★★★☆

감정에 자주 지치거나, 자기 감정을 자꾸 오해하고 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이해는 해결이 아니지만, 해결의 시작이라는 걸 조용히 알려주는 글들.
과하지 않게, 가볍지도 않게 내 삶에 들어온 뇌과학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