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들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힌트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특히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이 언제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면, 나는 자주 좌절하곤 했다.
이케가야 유지의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그런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었다.
자기계발서처럼 “이렇게 살아라”가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책을 읽으며 느낀 건, 바뀌어야 할 건 나의 의지가 아니라 ‘나를 보는 방식’이었다.
뇌과학으로 감정을 다시 바라보다
이 책은 뇌과학을 통해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불안, 우울, 분노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사실은 뇌의 생존 전략이라는 설명은 꽤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불안은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비하라는 신호이고, 우울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방어 반응이라는 것이다.
감정은 언제나 나를 방해하는 요소라고만 생각해왔던 나로선, 이 설명이 꽤 큰 전환이었다.
예전 같으면 불안을 느끼는 나 자신을 탓했겠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내 뇌가 지금 이런 반응을 하고 있는 거구나’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할 수 있게 됐달까.
이해라는 건 완전히 납득하는 걸 뜻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무게는 훨씬 덜해진다. 🌿
뇌의 습관이 곧 나의 반응 패턴이 된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나다움’이라는 개념을 뇌과학적으로 풀어낸 장이다.
우리는 흔히 “너답게 살아라”, “나는 나다울 때 가장 행복해” 같은 말을 쉽게 하곤 한다.
하지만 실은 그 ‘나다움’이라는 것도 내 뇌가 반복적으로 학습한 반응의 결과라는 설명이 나온다.
즉, 내가 특정 상황에서 늘 불안하거나, 쉽게 예민해지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뇌가 오랫동안 익혀온 반응 습관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그래서 바뀌고 싶다면, 의지를 불태우기보단 그 반응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나다움’이란 고정된 본성이 아니라, 계속해서 쌓여가는 방향성이라는 점도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그 방향은 내가 스스로 알아차리고, 조금씩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위안이 됐다.
감정을 다루는 기술보다 감정을 이해하는 감각
요즘 감정 조절에 대한 조언은 넘쳐난다.
‘감정 낭비하지 말자’, ‘감정 기복 줄이기’, ‘EQ 높이기’ 같은 키워드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하지만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그런 조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감정을 통제하려 하기보단, 감정이 왜 생기는지를 먼저 이해하자는 접근이 마음에 들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이 왜 왔는지를 알아채는 일이라는 말.
사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감정 그 자체보다,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지?’라는 당황스러움과 자책감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그게 조금 줄었다.
슬플 땐 뇌가 나를 보호하려는 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 화가 날 땐 내 기준이 침해당했다고 느끼는 뇌의 반응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해가 모든 걸 해결하진 않지만, 최소한 나 자신을 덜 미워하게 만드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공부라는 말보다 질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책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뇌를 공부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나에 대해 질문해보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나는 왜 반복해서 이런 상황에 반응할까?”, “왜 특정 사람 앞에선 긴장하게 될까?”, “어떤 패턴은 왜 쉽게 바뀌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걸 고민할 수 있는 기준점과 배경지식을 마련해주는 데에는 충분하다.
무언가를 바꾸는 건 늘 어렵지만, 내가 나를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그 첫 계기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었다.📘
최종 평점: ★★★★☆
감정에 자주 지치거나, 자기 감정을 자꾸 오해하고 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이해는 해결이 아니지만, 해결의 시작이라는 걸 조용히 알려주는 글들.
과하지 않게, 가볍지도 않게 내 삶에 들어온 뇌과학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