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언제 끝날지 안다면, 나는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그런 단순하지만 깊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소설이자, 에세이 같기도 하고 또한 누군가의 고백처럼 읽히기도 한다.
서은채 작가는 죽음을 하루하루 앞둔 인물의 시선을 통해 삶, 관계, 감정, 기억을 되짚으며 ‘살아 있음’의 의미를 되묻는다.
슬프지만 따뜻하고, 잔잔하지만 묵직한 이야기다.
죽음을 마주한 자의 하루는 다르게 흐른다
책의 주인공은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라는 시간 속에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시간은 흐르지만, 감정은 과거로 간다.
놓쳤던 사람들, 말하지 못했던 마음, 미뤄두었던 고백들이 죽음을 앞두고 하나씩 떠오른다.
이 대목들이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자연스럽게 삶의 한순간처럼 풀어낸다는 점이다.
‘죽는다’는 사실이 특별한 이벤트처럼 그려지지 않아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주인공의 하루는 평소와 다르지 않지만 그 안에서 마주하는 감정은 확실히 더 섬세하고, 삶을 더 조심스럽게 대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그 덕분에 독자인 나도 책을 읽는 동안 ‘오늘’이라는 시간의 밀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별보다 더 어려운 건, 사랑을 말하는 일
책에는 가족, 친구, 연인 등 주인공이 죽기 전까지 정리하고 싶은 ‘관계’들이 등장한다.
그들과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사랑하지만 멀어진 사이, 그리움과 후회가 섞인 관계, 말하지 못했던 진심이 엇갈린 순간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은 그 감정들을 정리하고 싶어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이 헤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걸.
서은채 작가는 이 장면들을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더 진짜 같고 아프다.
나 역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 말하지 못한 마음, 먼저 연락하지 못한 관계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아니라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살아 있는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가장 단순하고 중요한 진리를 다시 배운다.
삶은 결국, 아주 사적인 기억들로 남는다
책을 덮고 나면 묘한 여운이 남는다.
거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그 잔잔함 속에서 더 진한 울림이 전해진다.
이 책은 죽음을 다루지만, 사실은 철저히 ‘삶의 이야기’다.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싶은 순간, 기록해두고 싶은 대화, 지우고 싶지 않은 감정들.
이런 것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주인공은 죽기 직전까지 삶을 놓지 않으려 한다.
매일 일기를 쓰고, 소소한 일상에 감정을 담는다.
그 모습에서 나는 ‘죽음 앞에서도 삶을 지키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봤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감정을 다정하게 끌어안는 책이다
이 책은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감정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다.
감정을 미루지 않고 꺼내놓는 것, 그게 결국 인생을 마무리하는 가장 진실한 방식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죽기 일주일 전이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서은채 작가의 문장은 큰소리 없이 조용히 마음을 두드린다.
그래서 읽는 내내 슬펐지만 이상하게 따뜻했다.
죽음이라는 무게 앞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기억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조용히 증명해준다.
최종 평점: ★★★★☆
죽음을 다루지만, 오히려 삶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책.
관계에 지친 사람, 감정이 쉽게 무뎌지는 요즘 자신의 하루를 더 소중하게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