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같은 감정에 빠져드는 걸까?”
“분명히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는데, 왜 여전히 나는 불안과 후회, 분노 속에 머물고 있을까?”
『불행중독』은 그런 질문 앞에서 멈춘 사람에게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혹시 당신, 불행에 익숙해진 건 아닐까?
책은 자극적인 어조로 몰아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정제된 임상 심리학적 근거와 사례를 통해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불행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성을 조심스럽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감정은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이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감정의 중독성’이다.
사람은 불행한 감정을 반복하다 보면 그 감정 자체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안정감처럼 착각된다.
책에서는 이를 “자기 파괴적 감정 루프”라고 부르며, 이 루프에 빠진 사람은 일이 잘 풀려도 오히려 불편하고, 행복해지는 걸 두려워하며, 다시 원래의 불안과 후회, 분노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좋은 일이 생기면 금방 의심부터 하고, 편안한 감정이 오래 가면 스스로 그걸 망치고 싶어지는 이상한 충동들.
그것이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감정 중독의 결과일 수 있다는 설명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진짜 감정과 ‘회피 감정’을 구분하라
저자들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분노, 죄책감, 수치심, 불안, 자책 등이 사실은 ‘1차 감정’이 아닌 진짜 감정을 피하기 위한 ‘2차 회피 감정’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슬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화로 돌려버리는 것, 상실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자책으로 바꾸는 것, 상처받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대신 타인을 원망하는 것 - 이런 감정 전환은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무의식 속에서 굳어진 반응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이 ‘지금 이 감정이 진짜인지, 회피인지’를 먼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오래 멈춰 읽었다.
그동안 내 감정이 내 감정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었고, 동시에 나를 이해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불행은 익숙하고, 회복은 낯설다 –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
책은 반복해서 말한다.
감정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더 좋은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지금의 감정 패턴을 ‘멈추고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건 훈련이고, 연습이며, 반복 가능한 기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과거의 반복인지, 진짜 현재의 반응인지’를 의식적으로 분별하는 감각을 기르는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치유의 과정은 화려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된다.
하지만 그 변화는 확실하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달라지고,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며, 그 안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감정에 자주 흔들리고,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사람에게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책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행에 훨씬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좋은 기회가 와도 망설이고,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보여도 무너뜨린다.
『불행중독』은 그 복잡한 감정의 굴레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이유를 설명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를 이해하게 만드는 책.
이해는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말이 책장을 덮는 순간 진심으로 와닿는다.
최종 평점: ★★★★★
감정의 패턴을 바꾸고 싶은 사람, 늘 반복되는 감정 루프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정확하고 실천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 책.
불행은 습관이고, 회복은 훈련이라는 말의 의미를 체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