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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책 리뷰: 삶을 더 깊이 살아내기 위한 준비

by iceviola 2025. 5. 2.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죽음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직면하지 않고 살아 있는 시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죽음을 철학이나 의학적 관점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사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당신은 왜 살아가고 있나요?”
그 질문 앞에 섰을 때, 죽음은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삶을 더 온전히 살아내기 위한 거울이 된다.


죽음을 안다는 것은, 지금을 더 선명히 바라보는 일이다

책은 죽음을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주제로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늘 외면하지만 동시에 가장 본질적인, 삶의 반대편에 있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죽음’이라는 사실 자체를 조용히 응시하게 만든다.

 

이호 교수는 철학자, 종교인, 작가, 환자들과의 인터뷰와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라는 주제를 삶의 한 가운데로 끌어온다.
죽음은 언젠가 닥칠 ‘타인의 사건’이 아니라, 내 삶의 방식과 태도를 결정짓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말이 강하게 와닿았다.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 지금의 사소한 말, 사람과의 관계, 오늘 하루의 선택들이 더이상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죽음을 떠올리는 일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것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시간이 어쩌면 더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말은 왜 그렇게 명료할까

책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다.
중환자실, 호스피스 병동, 삶의 마지막 장면에 있는 사람들이 남긴 말들은 하나같이 복잡하지 않다.
사랑, 고마움, 미안함, 그리고 조금 더 함께하고 싶었다는 바람.

그 모든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오히려 너무 솔직해서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호 교수는 그런 말들을 철학자의 해석이나 개념으로 덧입히기보다는 그 자체로 독자가 마주하게 만든다.
어떤 설명보다 강력한 ‘진짜 말들’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죽음을 생각하고, 결국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되묻게 만든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하게 된다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무서워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차분해진다.
이 책이 알려주는 건 바로 그것이다.
죽음을 묵상하는 일이 곧 삶을 설계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

우리는 흔히 ‘나중에’라는 말을 붙이며 중요한 대화를 미루고, 소중한 사람에게의 표현을 아끼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언젠가’로 미뤄두곤 한다.

그런데 죽음이 항상 지금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그 ‘언젠가’가 생각보다 가까울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놓치고 있던 관계들과, 미뤄뒀던 말들, 가볍게 넘겼던 하루의 가치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됐다.
죽음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밀도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삶에 대한 책이다

제목은 ‘죽음’이지만 이 책은 사실상 ‘삶의 수업’이다.
죽음을 정면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결론은 언제나 삶으로 향한다.

무겁지만 절대 우울하지 않고, 차분하지만 결코 냉소적이지 않다.
이호 교수의 문장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맞이할 그 마지막 순간을 조금은 덜 낯설게, 그리고 덜 두렵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오지만, 그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이 책은 그 태도를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준비는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최종 평점: ★★★★★

죽음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싶은 이에게, 지금의 삶을 더 분명하게 살고 싶은 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삶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조용히 설득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