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강 작가의 시집으로, 고요하고 조용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시 48편이 수록되어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쓰인 이 시들은 그 자체로 한강이라는 작가의 내면과 문학 세계를 응축한 감정의 결이다.
시집 속에는 어떤 감정은 말로 다 옮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말로 다 하지 못했기에 더 짙어지는 감정의 파편들이 차분하게 담겨 있다.
시라는 형식 속에서도 여전히 한강 특유의 이미지, 정적, 상실과 생의 이면이 살아 숨쉰다.
1. 조용한 언어가 전하는 더 큰 울림
한강의 시는 소리 높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가 짧고 단정하며, 감정이 격렬하기보다 눌려 있고 침잠되어 있다.
하지만 바로 그 고요함 속에 강한 정서의 파동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시 한 편의 문장이 이렇다.
“나는 아주 작은 눈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녀의 시어는 일상적이지만, 그것들이 엮이는 방식은 가볍지 않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존재와 소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무척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풀어낸다.
👉 핵심 교훈: 감정은 꼭 소리 내야 깊은 것이 아니다. 가장 조용한 순간이 가장 깊다.
2. 삶의 어둠을 견디는 방식, 서랍이라는 은유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서랍’은 이 시집 전체를 꿰뚫는 중요한 은유다.
우리가 삶 속에서 미처 꺼내지 못한 감정들, 어딘가에 던져두고도 잊지 못하는 기억들,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는 상처들이 이 시집 속에서는 모두 ‘서랍’ 속에 조용히 넣어 두는 것처럼 묘사된다.
✔ 저녁이라는 시간대가 주는 사적인 느낌
✔ 서랍 속에 밀어 넣듯 숨겨 둔 슬픔과 공허
✔ 그럼에도 계속해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존재의 무게
이러한 감정들이 섬세하게 다뤄지며, 한강이 말하는 ‘저녁’은 곧 마음의 어두운 구석이며, ‘서랍’은 감정을 감추고 보관하는 내면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 핵심 교훈: 삶의 슬픔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고요히 보관된다.
3. 시인의 시선, 소설가의 문장
한강은 시인이기도 하지만,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을 통해
소설가로서도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이 시집에서도 그런 서사적 감각이 드러나는 시들이 곳곳에 배어 있다.
✔ ‘장면을 포착하는 능력’
✔ ‘이미지를 겹쳐서 감정을 만들어내는 방식’
✔ ‘말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이런 요소들은 한강의 소설 문장과 깊이 맞닿아 있으면서도, 시라는 형식 속에서 더욱 응축된 정서를 만들어낸다.
한 편 한 편을 읽다 보면 마치 말할 수 없었던 누군가의 편지, 혹은 감정을 적어 넣은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울림이 느껴진다.
👉 핵심 교훈: 시는 이야기보다 짧지만, 더 오래 남는 감정을 준다.
4. 책을 읽으며 느낀 점과 한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한강의 시는 화려하지 않고,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도 않으며, 설명하지 않지만 분명히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마다 ‘침묵의 여백’이 많아 독자가 스스로 그 빈틈을 채워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개인적인 해석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시를 자주 읽지 않는 독자에게는 약간 어렵거나 낯설게 다가올 수 있고, 명확한 메시지보다는 분위기와 정서의 층위에 집중해야 이해가 깊어지는 책이다.
결론: 이 책은 누구에게 추천할까
- 시를 통해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
- 한강 작가의 문장을 좋아하고, 보다 내밀한 언어를 느끼고 싶은 독자
- 슬픔, 상실, 고요함을 말보다 더 깊이 느껴본 적 있는 사람
-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한때 마음속에 넣어 두었던 누군가의 기억이나 감정을 꺼내어 마주하게 만드는 책이다.
조용히 읽고, 천천히 넘기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게 되는 그런 시집이다.
👉 최종 평점: ★★★★☆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
그러나 다 읽고 나면, 말할 수 없었던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