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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책 리뷰: 가장 사적인 상실에 책이 남기는 위로

by iceviola 2025. 5. 1.

섬에 있는 서점

 

『섬에 있는 서점』을 처음 읽었을 땐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이의 이야기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알게 됐다.
이 이야기는 책보다 더 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상실을 안고 사는 한 남자, 그리고 그를 둘러싼 작은 마을의 관계 속에서 책이 어떻게 마음을 묶고, 또 풀어주는지를 보여주는 감성적인 소설이었다.


상실로 시작된 이야기 – 책을 통해 다시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 AJ 피크리는 외딴 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남자다.
그는 아내를 잃은 후 세상과 거리를 두며 살아간다.
그의 유일한 관심은 책, 그중에서도 엄선된, “괜찮은 책들”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서점에 남겨진 한 아이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작은 존재가 그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그 변화는 책을 통해 더 넓어진다.

이 책은 ‘슬픔을 겪은 사람은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깬다.
AJ는 슬픔을 품은 채, 그 슬픔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전혀 눈부시지 않지만, 지극히 따뜻하고 조용한 방식이다. 


책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책이 등장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이끄는 실질적인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AJ는 매년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단편소설에 대해 메모를 남긴다.
그 메모는 후반부에서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책 속의 인물들은 책을 읽으며 관계를 회복하고, 책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책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어디까지나 현실적이면서도, 독서라는 사적인 경험이 어떻게 ‘공감’이라는 사회적 작용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 곳곳에 숨어 있는 ‘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독자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 문장으로 이어지는 삶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올랐던 말이 있다.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책은 그 사람을 바꾼다.”

『섬에 있는 서점』은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 사이에서 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책은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기억이고, 감정이고, 그 사람의 한 시기다.
AJ가 서점 주인으로 살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방식은 결국 ‘읽고 쓴다는 행위가 우리 삶을 어떻게 연결해주는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섬에 있는 서점』은 잃은 것보다 남은 것을 이야기한다

슬픔을 경험한 사람은 어떤 위로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무언가를 억지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는 당신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죽음, 이별, 오해 같은 상처를 다루지만 결국은 회복과 연결, 남겨진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회복의 도구로 ‘책’이 얼마나 위대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아주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최종 평점: ★★★★★

책을 사랑하는 사람,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치고 상처받았던 사람, 그럼에도 다시 연결되고 싶은 사람에게
진심으로 추천한다.
단순한 서점 이야기가 아니라, 책이라는 사물이 가진 가장 인간적인 가능성을 담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