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살면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질문 중 하나다.
나도 모르겠는 내 감정,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타인의 말과 행동.
그걸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민 작가의 『심리학의 쓸모』를 펼쳤다.
이 책은 교과서 같은 이론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감정과 심리를 설명해주는 현실형 심리학 책이다.
직장, 가족, 연인, 친구,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왜 이런 감정이 들까?’, ‘왜 저런 말을 했을까?’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심리학은 사람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태도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심리학을 ‘상대방을 조종하거나 설득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선’으로 설명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을 볼 때,
✔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을 만날 때,
✔ 말을 돌려서 하는 상사를 대할 때,
그 사람의 행동을 불편하게 여기는 대신, 그 뒤에 어떤 욕구, 두려움, 습관이 있는지를 심리학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렇게 ‘상대방을 읽는 기술’이 아니라 ‘읽으려는 태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삶과 더 가까워진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최근 나를 답답하게 만들던 지인의 행동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감정은 문제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를 이해하는 실마리다
책은 감정에 대한 통찰도 인상 깊다.
우리는 흔히 불안, 분노, 질투 같은 감정을 ‘관리하거나 통제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감정은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삶의 맥락을 보여주는 신호다.”
감정이 폭발하는 사람은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터진 걸 수도 있다.
책은 이런 감정의 뿌리를 천천히 되짚어 준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나 자신에게도 얼마나 무심하게 감정을 억눌렀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왜 쉽게 지치고, 작은 말에도 상처받는지 그 이유를 차분히 알려주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내 감정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관계의 갈등은 오해가 아니라, 기대의 충돌이다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은 실제로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기대와 욕구의 불일치라는 점도 책은 명확히 짚어낸다.
✔ 내가 바라는 만큼 관심을 주지 않는 친구,
✔ 미묘하게 선을 긋는 연인,
✔ 나를 인정하지 않는 상사.
이런 갈등은 상대가 나빠서가 아니라 서로 기대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는 이를 다양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쉽게 설명하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상대에게 요구하고 있는 감정 노동이 무엇인지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건 모든 관계는 타인의 마음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나의 관점을 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그 첫걸음을 도와주는 언어가 바로 ‘심리학’이라는 사실이다.
『심리학의 쓸모』는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게 꼭 자격증을 따거나 전문 상담가가 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오히려 이 책은 삶에서 관계가 어렵고, 감정이 힘들고, 나 자신과 자주 어긋나는 사람에게 ‘심리학이라는 언어로 자신을 돌보는 법’을 알려준다.
부드러운 문장, 구체적인 사례,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은 내용들.
이 책은 ‘공감’이란 단어가 그저 따뜻한 마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종 평점: ★★★★★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감정과 관계에 지친 사람에게도 가장 현실적인 힌트를 주는 책.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먼저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지혜롭고 다정한 심리학 입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