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정말 운이 없어서일까?
노력 부족, 교육 기회의 불균형, 자본주의의 탐욕 때문일까?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는 이런 익숙한 통념에 정면으로 맞서는 책이다.
독일의 경제학자 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크는 자유시장주의 경제 철학을 바탕으로, 복지와 국가 개입이 어떻게 ‘빈곤을 유지시키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책은 자극적인 제목처럼 단순히 ‘부자 비법’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 복지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의 주도권을 빼앗고, 자유와 번영의 가능성을 가로막는지를 고발한다.
부자란 누구인가? 부(富)의 개념부터 다시 정의하다
책은 우리가 ‘부자’라고 생각해왔던 개념에 먼저 의문을 던진다.
저자들은 부를 단지 소득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경제적 자유와 자기결정권의 범위로 본다.
즉, 국가의 보조금이나 복지제도에 기대어 사는 사람은 외형상 중산층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자유롭지 않은 상태’, 즉 가난에 가까운 삶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은 꽤 도발적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복지 혜택’이 실제로는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고, 독립적인 경제 활동을 방해하는 구조일 수 있다는 주장.
한편, 진짜 부자란 시장의 질서 안에서 가치를 제공하고, 스스로의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은 부자에 대한 인식 자체를 뒤흔든다.
가난은 결과가 아니라 구조다 – 국가의 역할을 되묻다
이 책이 본격적으로 강렬해지는 건 국가의 역할을 비판하는 부분부터다.
저자들은 ‘빈곤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과도한 세금, 규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부의 개입이 실제로는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고, 빈곤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복지 혜택을 늘리면 일을 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생산 활동을 포기하게 되며, 결국 전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이런 주장은 단순히 ‘복지는 나쁘다’는 극단이 아니다.
문제는 복지가 개인의 책임과 동기부여를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설계될 때라는 점이다.
특히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이 안고 있는 ‘근본적 비효율’에 대한 비판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도 경청할 만하다.
물론, 한국처럼 복지 제도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서 이 주장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개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부자 혐오와 평등주의, 정말 정의로운가?
책은 현대 사회의 ‘부자 혐오 감정’에도 날을 세운다.
저자들은 "부자는 악하다", "성공은 특권이다"라는 식의 담론이 정작 생산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사회 전반의 가치 창출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부자란 자원을 독점한 이들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 사람들이며, 그들이 사라진 사회는 평등하지만 가난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런 관점은 다소 보수적이면서도 명료하다.자본주의를 맹신하지 않더라도, ‘성공한 사람을 의심하기보다, 그 구조가 공정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결국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들은 복지나 국가가 아닌, 시장과 개인의 책임에 기대기 때문이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는 경제적 철학을 묻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질문이 하나 남는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얼마나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는가?’
이 책은 재테크 지식이나 투자 기법이 아니라, 경제를 보는 관점,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철학, 시장의 힘에 대한 믿음과 그 한계를 우리에게 묻는다.
특히 ‘부자’에 대한 우리의 감정적 프레임을 걷어내고 가난을 동정이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로 본다는 시각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정책을 지지하고,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할지에 대한 기준이 되어준다.
공감과 반박이 동시에 드는 책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최종 평점: ★★★★☆
자유시장, 복지, 부의 분배 등 핵심 경제 철학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
동의하든 반대하든, 한 번쯤은 ‘왜 나만 가난한가’라는 질문을 깊이 던져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