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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감각] 책 리뷰: 일은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by iceviola 2025. 4. 24.

일의 감각

 

좋은 브랜드에는 분명 어떤 결이 있다.
그건 단순히 로고나 컬러,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일’을 어떻게 느끼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며,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 감각이 전체를 이룬다.

『일의 감각』은 조수용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많은 기대를 품게 하는 책이었다.


카카오 공동대표, JOH 대표, 무인양품 리디자인, 현대카드 브랜드 총괄 등 그가 걸어온 길이 곧 브랜드였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알게 된 건 그 브랜드의 기반은 ‘감각’이라는 단어에 있었다.


감각으로 일하는 사람은 ‘왜’를 먼저 묻는다

책을 읽으며 처음 강하게 느꼈던 건 조수용은 ‘일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단순히 디자인을 잘하거나 브랜딩에 감각이 있다는 수준이 아니다. 그는 일의 시작부터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이 방향이 정말 맞는가?”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정해진 방향, 주어진 과업을 이유 없이 반복하며 일한다.

 

하지만 조수용은 결과보다 과정을 설계하고, 형식보다 맥락을 먼저 본다.

특히 “감각 있는 사람은 지시 없이도 방향을 잡는다”는 문장에서 크게 공감했다.
그 말은 결국 ‘스스로 납득된 기준’을 갖고 일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만이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단단한 팀을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브랜드의 핵심은 진심이 아니라 ‘일관성’이다

조수용이 말하는 브랜드란 결코 감성적인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계산된 감각의 누적’에 가깝다.

그는 ‘멋져 보이기’보다는 쌓이는 이미지, 반복되는 언어, 선택의 기준이 일관된가를 본다.
그래서 JOH나 카카오, 포스터 작업, 공간 디자인까지 모든 작업의 시작에는 “그게 우리답냐?”는 질문이 있었고, 그 기준이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

 

이 부분은 실무자로서도 큰 울림이 있었다.
나 역시 브랜드 관련 업무를 하며, 그때그때 ‘좋아 보이는 것’에 집중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강한 브랜드는, 그 기준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부에서부터 단단하게 잡혀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꼈다. 🎯


디자이너가 아니라 ‘결정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조수용이 단순히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조직의 방향, 사업 구조, 사람을 뽑는 기준까지 모든 판단의 중심에 ‘결정하는 사람’으로 서 있다.

책에는 그런 결정자의 고뇌와 무게가 꽤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멋진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건 ‘왜 지금 이걸 해야 하는지, 이게 다음 단계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는 감각.


디자인이 아니라 ‘판단’의 문제라는 말이 깊게 다가왔다.

조직에서 일할수록, 사람을 설득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수록, 결국 중요한 건 이성보다 감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씩 이해가 된다.


『일의 감각』은 ‘일 잘하는 사람’보다 ‘일을 잘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다

책장을 덮고 난 후 내 일의 기준이 참 흐릿했구나 싶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생각하지 않고 일했고, 좋은 결과만 좇느라 ‘왜 이걸 하는지’는 자주 놓쳤다.

『일의 감각』은 그런 나에게 다시 ‘기준’을 묻는 책이었다.


감각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멋짐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태도
라는 걸 알게 해준 책.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다.


최종 평점: ★★★★★

단순한 디자인 서적이 아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 팀을 만들고 결정하는 기준까지 모두 감각으로 연결된 책.
실무자뿐만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깊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