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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책 리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

by iceviola 2025. 4. 21.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사는 게 점점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고, 관계는 계속 어긋나고, 스스로가 자꾸만 부족해 보이는 날엔 ‘나는 왜 이렇게 찌그러졌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럴 때 우연히 손에 들어온 책이 김창완의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였다.
표지부터 제목까지, ‘괜찮아’라는 말을 조용히 건네는 느낌이 들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살면서 꼭 한 번은 마주해야 할 태도라는 걸 느끼게 해줬다.


찌그러졌다고 해서 인생이 틀어진 건 아니다

김창완은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찌그러질 수 있고, 그 찌그러짐이 오히려 나를 나답게 만든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반듯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문장은 힘주지 않아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살다 보면 뭔가 실패하거나 틀어지는 순간이 생긴다.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은 그걸 ‘망가짐’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괜히 더 조급해진다.

 

나 역시 그런 적이 많았기에,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큰 힘이 됐다.

이 책은 완벽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한 것들이 어떻게 의미를 가지는지, 그것들을 품는 법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동화보다 부드럽고, 어른보다 따뜻한 시선

책의 문장은 짧다.
한 페이지에 몇 줄만 적힌 챕터도 많고, 글보다 여백이 훨씬 더 많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여백이 허전하지 않다.
오히려 문장 사이사이에 내가 들어갈 틈이 생긴달까.

김창완은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택시기사와의 대화, 길에서 마주친 풍경, 어릴 적 친구와의 추억 같은 소소한 순간들을 가만히 들려줄 뿐이다.
그런데도 읽다 보면 자꾸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의 시선에는 따뜻함이 있다.

삶을 단정 짓지 않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시선.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에세이라기보다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느껴졌다. 


어른이 된다는 건 버티는 일이 아니라 이해하는 일

책을 읽으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됐다.
책 속에서 김창완은 어른이 된다는 건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부족한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릴 땐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단단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를 먹어도 흔들리고, 어떤 감정은 여전히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다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고.
실수하면서, 미안해하면서, 그러면서도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내면서.

그래서 이 책은 조언이 아니라 공감이다.
누가 나 대신 살아본 사람처럼 조용히 옆에서 얘기해주는 것 같은 글들.
요란하지 않고, 뾰족하지 않아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책장을 덮고 난 후, 조금은 나를 덜 미워하게 된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는 거창한 메시지가 없다.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벼운 이야기 안에 삶의 농도가 진하게 담겨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이 조금 정리된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오늘 좀 찌그러졌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는 매일 결과를 요구받는다.
성과, 성격, 관계, 감정.
어딘가는 항상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눌려 있다.
그런 일상 속에서 이 책은 “그냥 너로도 충분해”라고 말해주는 드문 책이다.
그 말이 필요한 날, 이 책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


최종 평점: ★★★★☆

잘 살기 위한 책이 아니라, 살고 있는 나를 조용히 안아주는 책.
찌그러진 나를 보며 자꾸 자책하게 되는 사람에게 가장 따뜻한 타이밍에 닿을 수 있는 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