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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책 리뷰: 일상 속 감정에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책

by iceviola 2025. 4. 25.

 

요즘처럼 관계가 조심스러운 시대에 누군가의 감정을 듣고, 공감하고, 조용히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는 책이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모드 르안의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심리학을 말하지만 어렵지 않다.
이론보다 이야기, 분석보다 공감에 가까운 책.


프랑스 파리의 작은 심리 상담 카페를 배경으로 삶과 감정,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마치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듣는 사적인 라디오 방송 같은 책이다.


심리학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삶 속의 문장이다

책을 펼치면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카페를 찾아와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들의 직업, 나이,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감정의 본질은 묘하게 닮아 있다.

 

✔ 버림받을까 두려운 사람
✔ 사랑을 반복해서 실패하는 사람
✔ 일에 몰두하며 감정을 외면한 사람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모드 르안은 이들의 이야기를 ‘이론’이 아니라 ‘공감’으로 받아들인다.
정신분석학, 대상관계이론, 애착 이론 같은 복잡한 용어 대신 일상적인 언어로 감정을 설명하고, 그 감정이 왜 그 사람에게 그렇게 중요했는지를 함께 들여다본다.

그 덕분에 독자인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내 감정과도 마주하게 된다.
‘나도 그랬는데’, ‘그 말, 나한테 하는 말 같아’ 이런 순간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감정을 꺼내 놓는 일은 결국 ‘관계 회복’의 시작이다

책의 주제는 단순한 자기치유가 아니다.
가장 핵심에 있는 건 ‘관계’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면서 비로소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립감이나 우울을 겪는 이유는 외로워서가 아니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시선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다.

 

특히 책 속에는 서툰 부모, 외로운 연인, 상처 입은 아이 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마주하는 역할들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말을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감정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그 문장을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
괜찮은 척했던 감정들이 처음으로 허용받는 느낌이었다. 


‘심리학 카페’는 누군가에게는 멈춤의 공간이 된다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심리학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작가는 독자를 학생이 아닌 손님으로 대한다.
가르침보다 대화를 나누고, 치유보다 함께 머무는 감정에 집중한다.

그래서 이 책은 심리학 책이라기보다는 감정 에세이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그 속에는 심리학의 핵심 개념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자기이해, 애착, 분리불안, 트라우마, 자존감.
어느 하나도 어렵게 다가오지 않고, 조용히 내 안에서 의미를 만든다.

그리고 파리라는 공간도 이 감정들을 감싸는 배경으로 더없이 잘 어울린다.
유럽식 감성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기다려주는 공간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어느 새 심리학 카페의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감정에 지친 마음에게 주는 조용한 위로다

이 책은 힘내라고 말하지 않고, 이겨내라고 독려하지 않는다.
대신 “괜찮아, 그 감정도 자연스러운 거야”라고 말해준다.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감정에 이름 붙이기 어려운 사람도, 복잡한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자주 놓쳐버리는 사람도
이 책에서는 이상하게 편안해진다.

 

책장을 덮는 순간 “내 감정은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확신이 생긴다.
그리고 그 감정에 처음으로 말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최종 평점: ★★★★☆

심리학을 ‘공감의 언어’로 풀어낸 따뜻한 책.
마음의 피로가 쌓인 요즘, 자기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은 이들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다.
다정한 심리학 입문서이자 우리를 위한 마음의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