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피드를 넘기다 보면 늘 같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들의 이름, 얼굴, 말은 반복되며 익숙해진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왜 그들만 유명한 걸까?
정말로 그들이 더 탁월해서?
혹은 유명하기 때문에 더 유명해지는 건 아닐까?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는 이런 질문에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답한다.
저자 캐스 R. 선스타인은 ‘넛지’의 공동 저자로 잘 알려진 법률학자이자 정책설계 전문가다.
이번 책에서는 ‘명성(fame)’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소수에게 집중되는지를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개인의 능력일까, 사회적 구조일까?
책이 제일 먼저 짚는 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명해진 사람 = 능력자”라는 등식에 대한 의심이다.
선스타인은 개인의 능력이 유명세에 기여하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우연’과 ‘집단행동’이라는 사회적 요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비슷한 콘텐츠를 올렸다고 하자.
그중 하나가 우연히 초기에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다면, 그 콘텐츠는 알고리즘에 의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결국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유명세가 커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초기 차이가 작은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지도’라는 면에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즉, 유명해진 사람은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 있다.
다만 시스템과 타이밍이 그를 선택한 것이다.
이 대목은 무척 흥미롭고도 냉정하다.
주목 경제 속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무엇을 볼지, 누구의 말을 들을지를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우리는 알고리즘과 사회적 신호에 의해 ‘누구를 볼 것인가’를 무의식적으로 강요받는다.
책에서는 이를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라고 부른다.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의 인지 자원은 한정돼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을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흐름은 유튜브 조회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책 판매량, 뉴스 검색어, 심지어 정치적 인물의 인기까지 모두에 작용한다.
그리고 문제는 이 메커니즘이 진짜 가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된 것에 주목을 몰아주는 왜곡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인지도 불균형’이 만드는 사회적 영향력의 쏠림
책 후반부로 갈수록 선스타인은 이 ‘유명세 쏠림 현상’이 어떻게 정치, 언론, 시장에서의 불균형을 만들고, 우리가 어떤 사람의 말에는 과도하게 반응하고, 어떤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게 되는지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정치에서는 TV에 자주 나오는 정치인이 실제 정책 능력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연예계나 SNS에서도 ‘유명한 사람이 말했기 때문에 진짜인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이 자주 발생한다.
선스타인은 이를 ‘인지적 휴리스틱’이라고 설명하며, 그 현상이 계속될 경우 사회는 더욱 획일화된 메시지와 가치에만 반응하는 경향을 갖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의 말처럼, ‘유명함’은 선택받은 재능이 아니라, 필터링된 사회 구조의 부산물일 수 있다.
무언가를 ‘더 많이 본다’는 것이 반드시 ‘더 옳다’는 건 아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단순히 유명세를 부러워하거나 그 메커니즘을 까발리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반응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 SNS에서 내가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 뉴스에서 반복해서 보는 이름, 내가 무심코 신뢰한 ‘그 사람의 말’들을 돌아보게 됐다.
선스타인은 말한다.
“우리는 결국, 스스로가 주목한 것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그 선택을 신중히 하라.”
지극히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걸 다시 상기시켜주는 책이었다.
최종 평점: ★★★★☆
단순한 문화 비평이나 SNS 분석을 넘어, ‘유명함’이라는 현상 뒤에 숨겨진 사회심리적 구조를 정확하게 짚어낸 통찰의 책.
우리 시대의 관심, 판단, 영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