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말은 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마음은 분명 있었는데 오해로 돌아오는 순간들.
이럴 땐 늘 표현력, 그중에서도 어휘력의 한계를 실감한다.
박선주 작가의 『한 끗 어휘력』은 그런 나에게 맞춤한 책이었다.
이 책은 단어를 외우는 책이 아니다.
어휘가 가진 뉘앙스, 맥락, 감정의 결까지 짚어내면서 ‘말의 정확도’를 높이는 훈련법을 알려준다.
어휘력의 차이는 결국 관계의 차이로 이어진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어휘력이 단순히 말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기술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박선주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결국 내가 어떤 단어를 쓰는지를 기억하고, 그 단어 하나로 나의 태도나 생각을 추론한다고.
예를 들어 누군가의 제안에 “글쎄요” 대신 “한번 생각해볼게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더 긍정적인 인상을 받는다.
사소해 보이는 표현 하나가 지속적인 관계의 분위기를 바꿔버릴 수 있다는 걸 사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나도 평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다르게 다가갔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동안 멍하니 내 대화 습관을 떠올려보게 됐다.
어휘력은 결국 ‘배려하는 말하기’의 시작점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휘력을 키운다는 건 결국 사고를 정제하는 일이다
책에서는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 왜 그것이 적절한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한다.
예컨대 ‘조금’과 ‘약간’, ‘많이’와 ‘훨씬’ 사이의 미묘한 어감 차이, ‘서운하다’와 ‘섭섭하다’의 쓰임 맥락 등을 예시와 함께 설명한다.
이런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단어는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얼마나 정제하고 다듬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걸 알게 된다.
막연한 느낌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한 단어를 고르는 데에도 생각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말이라는 도구에 더 애정을 갖게 만든다.
나는 책을 읽은 후, 메모 앱에 자주 쓰는 말과 그 말의 대체어를 적어보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같은 상황이라도 조금씩 다른 어휘를 시도해보니, 내가 쓰는 말에 색감이 생긴 것 같았다. 🎨
‘센 말’과 ‘공감 말’ 사이, 어휘 선택의 온도 차
우리는 때로 말을 ‘강하게’ 하려고 센 단어를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박선주 작가는 그런 말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짚어준다.
센 말은 쉽게 기억되지만, 그만큼 쉽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때론 전달보다 방어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다양한 실생활 예시를 통해 ‘갈등 없는 말하기’에 필요한 어휘 선택의 기술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그건 아니죠” 대신 “그 부분은 조금 다르게 보이네요”라는 식의 의견을 부드럽게 제시하는 방식들이 소개된다.
이런 차이를 눈으로 보고 나면, 어휘력이란 결국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말에 상대가 방어적으로 반응할 때마다 왜 그랬을까 되짚어보게 됐고, 그 시작이 바로 내가 고른 ‘단어’였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됐다.
『한 끗 어휘력』은 말보다 먼저 ‘생각의 습관’을 바꿔준다
이 책이 단순한 어휘 교정 책이 아니라 ‘사고 습관’에 관한 책이라고 느꼈던 이유는, 단어 하나를 대하는 태도가 결국
세상을 보는 시선과 연결된다는 걸 반복해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말이 곧 사람이라는 말은, 생김새가 아니라 내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 맺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뜻일 것이다.
『한 끗 어휘력』은 이 점에서 굉장히 일관된 시선을 갖고 있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우선은 단어에 담긴 온도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걸 체계적으로, 그리고 부담 없이 연습할 수 있게 돕는 책이다. 📘
최종 평점: ★★★★☆
의미 전달 이상의 ‘배려하는 언어’를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책을 덮고 나면 말하는 방식보다 먼저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 생각하는 습관이 남는다.
지금보다 한 끗 더 섬세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딱 맞는 책.